배구선수 김희진 “머리 스타일요? 지금 2021년이잖아요”
2021. 10. 6.

 

김희진을 만나기 전, 과거 주요 스포츠채널에서 진행한 그의 인터뷰를 여럿 찾아봤다. 이상한 공통점이 있었다. 거의 모든 인터뷰마다 진행자가 “머리 길러볼 생각 없냐”고 물었던 것이다. ‘왜 좀더 여성스러운 스타일링을 하지 않느냐’는 의문이 묻어나는 질문이다. 정작 김희진은 씨익 웃으며 반문한다.“이해를 못하겠어요. 머리 기준을 누가 정하는지, 여성스럽고 남성스러운 게 뭔지도 모르겠고요. 머리 긴 남자한테 머리 길다고 (뭐라) 하진 않잖아요?”(웃음)

늘 배구 경기를 보며 품은 의문점, “왜 여성 선수만 민소매 상의에 몸에 달라붙는 짧은 바지를 입는지 의아하다”고 물었다. 여지없이 꽉 찬 돌직구 같은 답변이 돌아온다. “맞아요. 민소매 유니폼은 (선수가) 더 위축되게 만드는 부분이 있어요. 공격할 때 불편하기도 하고요.” 그는 맞장구를 친다. “어느 팀이 (유니폼 변화를) 탁 터트리면 좋겠어요.”(웃음)

김희진의 ‘인생 롤모델’은 박세리 선수다. 여성 스포츠계에서 필요한 목소리를 많이 내준다고 생각해서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도 많이 알아주시잖아요. 모든 스포츠인을 존중해주는 느낌도 있고요.” 올림픽을 거치며 여성 운동선수와 팀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 같다고 말하자 “<노는 언니>(E채널) 프로그램의 역할이 특히 크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박세리 선수를 포함해 다양한 종목의 여성 선수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이다.“<노는 언니> 덕에 여성 선수들이 좀더 대중에게 알려지고 관심도 받고, 또 열심히 운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올림픽 때도 선수들이 어떻게 노력했는지, 그 과정에 더 공감해주는 것 같고요. 그래서 이번 올림픽 때는 모든 종목이 행복한 응원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필요한 말을 하는’ 소신, 선후배·동료를 살뜰히 챙긴다는 점에선 그도 박세리 선수와 닮아 있다. 지난 8월 김희진은 2016년부터 수년간 무분별한 명예훼손과 협박, 스토킹 등에 시달렸다며 악플 가해자들을 형사고소했다. “사실 (고소는) 작정하고 한 것도 있어요. 소속사가 따로 있지 않아 개인적으로 한 건데, 선수 개인도 이렇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선후배 동료들에게 알리고 싶었거든요. 운동선수는 실력으로 보여주는 사람이기에 부진하면 비판받을 순 있어요. 하지만 가족을 거론하거나 (여성 선수라고) 성적인 내용의 악플을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목표는 늘 우승, 그리고 부상 없이 끝까지 시합을 뛰는 일이다. 매번 치열한 승부를 맞닥뜨려야 하는데, 특별한 멘털 관리법은 없을까. 김희진이 밝힌 비기는 바로 ‘나’의 중심을 잡는 것. “제 마음이 힘들어지니 남과 비교는 잘 안 하려 노력해요. 대신 수많은 연습, 경기, 실력으로 보여준 날을 돌이키며 저 자신을 믿으려 하죠.”

즐거움을 한껏 만끽할 법한데 김희진은 다음을 생각한다. “제대로 된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시점이니까요. 지금 세대와 다음 세대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야죠.” 후배 선수들에게 “잔소리는 안 한다”면서도 “코트에서 좀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는 편”이다.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같이 분석해주는 것도 그의 몫이다.김연경·김수지·양효진 등 최고참 선수들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상황에서 김희진은 앞으로 국가대표팀의 ‘기둥’ 역할을 해야만 한다. 혹여 부담이 되지 않을까. “최고참이란 타이틀을 버리고, 똑같은 선수로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본분이라 생각해요.” 담담하면서도 야무진 답변이다. “세계가 사랑한 3대 ‘진’은 ‘이매진, 빌리진, 김희진’”이란 팬들의 ‘주접’ 댓글에 일견 고개가 끄덕여진다.

https://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10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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